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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99498068 |
|---|---|
| 쪽수 | 336쪽 |
| 크기 | A5(148mm X 210mm, 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예술 > 음악
AI추천 이유
『오페라 인문학 Ⅰ』은 질문 하나에서 시작한다. 오페라는 왜 태어났는가. 흔한 답처럼 "귀족의 사치"나 "이탈리아의 발명품"이 아니라, 이 책은 더 근본적인 자리로 내려간다 — 말로는 더 이상 설명할 수 없게 된 감정이 있었고, 그 감정이 노래가 되어 무대 위로 올라온 순간이 있었다는 것. 저자는 이 하나의 장면을 사백 년의 렌즈로 확장해, 르네상스 피렌체의 작은 실험이 어떻게 유럽 전역의 무대를 사로잡았고, 그 길이 어떻게 1948년 명동의 무대와 판소리·창극을 거쳐 오늘 우리 앞에 이르렀는지를 그린다.
이 책이 다른 오페라 입문서와 갈라서는 지점은 두 가지다.
첫째, 오페라만 따로 떼어 설명하지 않는다. 각 장은 그 시대의 문학·회화·철학이 오페라와 무엇을 함께 겪었는지를 나란히 짚는다. 바그너의 무대 곁에 로세티의 그림을, 쇤베르크의 불협화음 곁에 칸딘스키의 추상을 놓는 식이다. 그리고 프롤로그에 실린 대조 연표는 이 방법을 한 장의 표로 압축한다 — 서양 오페라사와 우리 판소리·창극의 역사를 같은 시간축 위에 나란히 놓아, 두 무대가 서로 무엇을 모른 채 같은 시대를 살고 있었는지를 한눈에 보여 준다.
둘째, 오페라사라는 큰 줄기 안에 또 하나의 줄기를 심어 두었다. 사백 년 동안 오페라가 가장 집요하게 되풀이해 물어온 것은 결국 사랑이었다. 저자는 이 물음만 따로 추려 다섯 편의 에세이로 엮었다 — 바치는 사랑, 결핍과 질투, 구원과 선택에 이르기까지. 오페라사 속에 곁가지로 흩어져 있던 사랑의 인문학이 이 책 안에서 한 권의 작은 책으로 다시 태어난다.
저자 박경준은 무대에서 직접 노래해 온 바리톤이다. 그래서 이 책의 설명은 관객석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쓰였다. 낯선 양식과 용어 뒤에 가려졌던 인물의 숨과 감정을 다시 꺼내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 말미에는 저자가 오페라를 처음 듣는 이를 위해 직접 고른 열여섯 곡과, 여덟 개 장의 두 곡씩을 골라 사백 년의 흐름을 소리로 따라갈 수 있게 한 열여섯 곡을 QR로 함께 담았다. 읽고 나서 바로 들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모든 것이 빠르고 가볍게 소비되는 시대에, 이 책은 두세 시간 동안 한 인간의 운명에 온전히 마음을 내어 주는 오래된 경험을 다시 꺼내 놓는다. 오페라는 오래된 인간의 현재형이다 — 이 책은 그 현재형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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