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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국과 민족에 충성을 다하지 않겠습니다 - 전쟁과 징병에 대해 국가가 말하지 않는 것들
- 올레 니모엔
- 한경희
- 지식의날개
- 2026년 09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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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20056796 |
|---|---|
| 쪽수 | 184쪽 |
| 크기 | B6(127mm X 188mm, 사륙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사회학
AI추천 이유
한 사람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백만 명의 죽음은 통계에 불과하다
‘한 사람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백만 명의 죽음은 통계에 불과하다’는 이 말은 이 책에도 여러 차례 인용된 독일 소설가 레마르크가 한 말이다. 여전히 한국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이지만, 실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을 역사로만 배운다. 전쟁의 결과 영토가 바뀌고, 수십만에서 수천만의 생사가 뒤바뀐다. 어느 개인에게 이는 엄청난 비극이지만,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전해지는 기록에서 이것은 그저 한낱 통계에 머문다. 오늘날에도 지구상 어딘가에서는 교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는 전쟁과 살상을 영상과 문서로만 접하고, 우리 삶과는 동떨어진 저 멀리 어딘가에서 생겨나는 일로 여긴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 상태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거 아세요? 전쟁터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역사의 발전과 함께 개인의 권리가 신장하고 주권이 분산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전쟁을 일으키는 지도자의 고뇌가 아니라, 강제로 전쟁터에 끌려간 한 사람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세계 대전, 한국전쟁이나 베트남전쟁을 다룬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우리는 전쟁에 참전한 사람들의 개인적인 삶과 사연을 듣는다. 한때는 휴전선 너머에는 뿔 달린 도깨비가 사는 줄 알았지만, 이제 우리는 사실 그들 모두 우리와 같은 평범한 애환을 가진 사람임을 안다. 참혹한 전쟁은 너와 나를 나누어 서로 죽고 죽이게끔 만들지만, 실상 휴전선 너머에 총을 들고 경계 근무를 저 사람과 나 사이에는 그 어떤 원한도 없다. 평화의 시대에 방영된 〈공동경비구역 JSA〉나 〈고지전〉은 물론이고,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까지 모두 우리는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을 뿐임을 일깨워준다.
어느 독일 청년의 전쟁과 징병에 반대한다는 발칙한 선언문
《나는 조국과 민족에 충성을 다하지 않겠습니다》는 유럽 사회의 징병제 재실시 논의와 맞물려 출간과 함께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에서는 소개도 되지 않았는데, 독일 원서의 출간만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출간 당시 상당한 이슈를 불러왔다. 진보 지식인으로 보이는 지은이, 올레 니모엔은 다소 과격하다고 느껴지지만 결국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개인의 삶과 일상에 주목하면서 전쟁과 징병에 제도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반대한다고 선언한다. 국가는 자신들이 필요로 할 때는 국민을 찾지만, 실제로 국민의 삶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며 자본주의의 모순을 지적할 뿐만 아니라(3장), 전쟁으로 정부가 바뀌는 것이 개인의 삶에 어떤 불이익이 있느냐는 과감한 주장까지 일삼는다.
니모엔은 전쟁이란 주권자 개개인의 의사가 합치하여 발생하는 일이 아니라, 지도자 자신의 영달과 욕심에 의해 생겨나는 일로, 여기에 국민 개인이 총알받이로 끌려갈 이유는 결코 없다는 뜻에서, 자신은 전쟁과 징병에 반대한다고 외친다. EU라는 이름 아래, 유로화를 함께 사용하며, 개인주의가 발달해, 국가주의나 민족주의 문화가 한국과는 크게 다른 유럽임에도 니모엔의 이 같은 주장은 대륙 전체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지은이의 다소간의 논리적 비약도 포함되어 있지만, 2장과 3장에 걸쳐 니모엔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은 비판을 열심히 반박한다. 그리고 니모엔의 주장 중심에는, 결국 국가나 집단이 아닌 개인의 삶에 대한 시선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과 독일, 동양과 서양, 우리와 그들은 이토록 다르지만…
독일이 재통일된지 벌써 36년이나 지났지만 한때 우리나라는 독일과 유사성을 찾기 바빴다. 두 나라 모두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강제로 분단된 나라였던 까닭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역사적 경험과 지리적 차이는 물론이고, 현존하는 위협마저 다른 데서 오는 차이가 눈에 들어와 우리로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일이 적지 않다.
한국은 근대화가 늦었다는 이유로 불과 한 세기 전에 일제 강점을 겪었다. 지은이의 생각과는 달리, 이것은 한국과 일본이 한 나라로 통일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는 식민지로서 일본의 지배 아래 놓여야 했다. 우리 국민들에게 의무는 주어졌을지언정 주권은 없었고, 한국인은 일본인과 다른 2등 신민으로서의 삶을 강제받았다. 징병, 징용, 위안부 등의 문제를 떠올려 보자. 물론 니모엔의 주장처럼 우리나라가 독립 국가로 존재했더라도 아무 모순도 없는 나라였을 가능성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런 처참한 경험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강제 병합의 과정에서 우리는 전쟁과 전투는 피했지만, 다른 나라에 복속됨으로 인해 한국인 개인의 인권과 존엄은 더욱 처참히 짓밟혔다.
하물며 우리는 휴전선 너머로 적대하는 북한과 마주하고 있다. 오늘날의 자유와 번영,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한국전쟁에서 수백만 사상자를 내어 가며 싸웠다. 지은이처럼 그 어떤 가치도 생명만큼 소중하지는 않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독일이 아닌 한국에 사는 우리는 생각해 보게 된다. 단 한 사람의 자유만 허락되는 북한에 예속되는 삶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비록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동양에서 발현되진 않았지만, 다른 나라들과는 다르게 우리는 그것을 피로써 지켜낸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지식의날개에서 이 책을 여러분께 소개하는 까닭은
니모엔이 책에서 소개한 자신을 향한 비판에도 등장하듯 지은이가 이런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건 우리에게 언론과 출판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지식의날개에서 이 책을 한국에 소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전쟁과 징병에 반대한다는 이런 책을 마음 놓고 출판할 수 있을 정도로 자유로운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한편 지은이의 주장에 귀 기울일 부분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휴전선 너머의 북한 정권은 한 개인에 의해 전쟁 개시 여부가 결정되겠지만, 정말 그 지배 아래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그것을 원할까. 우리는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또 이 책을 펼치면 제일 앞에 바로 지난 2007년까지 쓰였던 〈국기에 대한 맹세〉가 눈에 들어온다.(책의 제일 뒤쪽에는 2007년 이후로 사용되고 있는 〈국기에 대한 맹세〉가 실려 있다.) 한국어판에 실린 우리나라의 〈국기에 대한 맹세〉는,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에게 국가와 주권은 물론 소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우리가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까지 해야 할 일인지 고민해 보게끔 한다. 이제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이라는 말로 대체되었고, 몸과 마음은 바치지 않아도 되지만, 과연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은 무엇이며, 그것이 우리 모두의 “몸과 마음”까지 바쳐야 할 대상이 되는지도 한 번 숙고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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