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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 같은 초록 싹(현대시세계 시인선195)

  • 박정선
  • 북인
  • 2026년 0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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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ISBN-13 : 9791165121952
쪽수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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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제1회 청우창작기금 수상한 박정선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2013년 『창녕문학』 신인상 공모에 시가 당선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한 박정선 시인이 2026년 『창녕문학』에서 주최한 제1회 청우창작기금을 받아 두 번째 시집 『칫솔 같은 초록 싹』을 출간했다.

박정선의 두 번째 시집 『칫솔 같은 초록 싹』은 ‘자아와 세계의 대결’이라는 서정시의 본령을 시종일관 견지하면서도, 존재를 지키는 ‘생존’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가치와 의미, 나아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생성’의 시학을 시현한다. 또 다른 특징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식물과 그 꽃을 동시에 시적 대상으로 삼는 데 있다. 이는 식물을 소재로 한 1부의 「며느리밑씻개에서」와 「며느리밑씻개까지」, 「양귀비 배롱나무」와 「양귀비꽃」, 「이팝나무 쌀밥」과 「이팝나무꽃」 등에서도 드러나는데, 식물의 생태적 특성이나 꽃말, 형태와 색채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이를 의인화해 시의 주체가 겪는 심경의 변화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박정선 시의 특징 중 두드러지는 하나는 ‘너’라는 인칭대명사의 빈번한 사용이다. 시적 대상인 ‘너’는 단순한 이인칭이 아니고, 고정된 인물도 아니다. 시의 주체가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너의 의미도 확연히 달라진다. 너라는 존재를 통해 내 상처를 투사하고, 자아를 확인하고, 위로받는 대상으로 확장한다. ‘너’가 놓인 배경이나 위치에 따라 시의 주체의 내면 변화가 발생할 뿐 아니라 생존에서 생성으로 자리를 이동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사전 사용법」은 자식·스승이면서 현재를 대표하는 존재, 「다림질」은 기억과 상처 속에 내면화된 타자, 「이석증」은 내 몸 안에 있는 타자, 「배추벌레로 산다는 것은」은 내면의 분신이다. 시의 주체는 ‘너’라는 존재를 호명할 때마다 각기 다른 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패배를 선언하거나, 상처를 받거나, 심적으로 흔들거나, 보호를 받고 싶거나. 그런 의미로 접근하면 박정선의 시에서 ‘너’의 정체를 밝히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왜 나라고 하지 않고 너라고 했냐’라는 것이다.

여기서 나와 너의 간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간격은 단순히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자아’와 ‘타자’는 서로 동일해질 수 없다는 존재론적 간극이기 때문이다. 즉 ‘너’라는 존재는 ‘나’와 똑같은 세계를 경험할 수 없는 타자로, 그 간극을 인정하는 건 관계의 본질에 가깝다. 나와 너, 너와 나의 간극을 통해 자신에게 하지 못한 말을 건네면서 자존을 지키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정선 시인은 가장 가까운 타자인 ‘너’를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그 간극은 현재의 나를 흔들고 변화시켜 새로운 나를 만들어내는 생성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 공간에서 ‘나’는 더 이상 이전의 내가 아닌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다. 과거 의식을 소환하는 “낡은 일기장을 덮”(「생각의 그물」)고 “칫솔 같은 초록 싹”(이하 「몸부림」)을 가만히 피워올린다. 이제 “네가 할 수 있는 가장 우아한 날갯짓으로/ 세상을 다 가두어버”릴 일만 남았다.

목차

[목 차]

시인의 말 · 5

 

1부

무화과 향으로 오는 봄 · 13

은행나무 · 14

이팝나무 쌀밥 · 16

이팝나무꽃 · 17

연밥과 연탄 사이 · 18

윤사월 송홧가루 · 20

원추리꽃 · 22

무단점유 · 24

칫솔 같은 초록 싹 · 26

마로니에 · 28

원추리 · 30

며느리밑씻개에서 · 31

며느리밑씻개까지 · 32

양귀비꽃 · 33

양귀비 배롱나무 · 34

 

2부

도토리묵 · 39

날아오르다 · 40

오지랖 · 42

이단논법 · 44

티눈 · 46

배추벌레로 산다는 것은 · 48

활.공.장. · 50

플라멩코 · 52

사전 사용법 · 54

묵은때 · 56

다림질 · 58

누가 콩을 먹기 시작했을까 · 60

선문답 · 62

반지를 빼다 · 63

나이테 · 64

 

3부

톳나물 · 69

숟가락 점 · 70

쪽파 · 72

거꾸로 천 년을 살다 · 74

배추 겨울나기 · 76

산다는 것은 · 78

생각의 그물 · 80

쉼표와 마침표 사이 · 82

이석증 · 84

바람은 제국을 모른다 · 86

야옹야옹 · 88

고구마 · 90

꽃으로 산다는 것 · 91

치맛자락 한 번 더 · 92

똬리 · 94

 

4부

우엉조림 · 99

무명실 · 100

낙타, 바늘귀를 통과하다 · 102

스물두 개 구멍 · 104

외줄타기 · 106

숯덩이 되다, 꼬리곰탕 · 108

조개껍데기 · 110

작별 · 112

자전거 · 114

발가락이 닮았다 · 116

애기가 태어났다 · 118

화채 · 120

복숭아 · 122

지금 여기 · 124

그랬으면 좋겠어 · 126

 

해설 생존과 생성의 화법에 담은 자존/ 김정수 · 128



[본 문]

칫솔 같은 초록 싹

--

언제부터인지 뒷마당에 올라온

칫솔 같은 초록 싹

-

소나무일까 전나무 잎갈나무

분비나무 개비자나무일까

-

누구든 살아낸다는 것은

인생에서 딱 한번쯤

모두에게 기립박수 받을 일이다

-

여러 갈래 길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도

되돌아갈 수도 없을 때

차라리 주저앉아 목놓아 울며

비워냄이 더 시원한 아린 가슴처럼

-

고개 빳빳하게 세우며 건방지게 자라던 빗자루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진짜라더니

-

그 누구도 나일 수 없고

나 아닌 누구도 내가 될 수 없듯이

-

늦가을 잎 떨구는 모습 속에

확연히 드러난

메타세쿼이아

-

싸리 빗자루 뒤집어 세워놓은

잘 차려입은 이태리 북부 남자들의 슈트처럼

말쑥한 나무로 자라게 하고 싶어

-

애면글면 앞마당으로 옮겼더니

몸부림치며 몸살 앓고 있다

--

 

[대표시]

 

원추리

--

옹이진 마음 주렁주렁 깊이 감추고

뾰족한 창끝 마구 휘두르며

누구든 다 덤벼라

너도 한번 아파봐라 푹푹 찌르며

반월도처럼 유려하게 팔을 휘두르던 날들

-

세찬 바람에 모자를 짓눌러 쓰듯

지지 않으려 날을 세웠으나

-

분명 널 찔렀다고 생각했는데

장맛비 아래 툭툭 떨어지는 선홍빛

정작 피를 흘리는 건 내 가슴이었다

-

눈물 같은 빗속에 날 내려놓는다

-

빗물에 다 씻겨나가고

터무니없이 말랑거려진 마음

-

그래도

언제나 찌르고 싶던 널

기.다.린.다.

--

 

 

생각의 그물

--

촘촘히 엮었던 계절 다 떨구고

끝내 남은 나뭇잎 한 장

-

스무 살 적엔

무슨 재미로 예순까지 살겠느냐며

열 살 스무 살

후다닥 세월 건너뛰길 바란 적도 있었지

-

살아보니

애달픈 사랑도 가슴치던 슬픔도

다 부질없는 종이 한 장 차이

안고 가든

떠밀려 가든

쌓였던 애증 털어내는 일뿐인 것을

-

하고 싶은 말 다 뱉자면

팔만사천 마디가 모자랄까

섬진강 모래알이 모자랄까

석양 뒤 어둠처럼 생각의 그물만 내려앉는데

-

낡은 일기장을 덮듯

가만히 내려놓는다

바람 끝에 흔들리는

나뭇잎 한 장

--

 

저자 소개
저자 : 박정선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경남 창녕에서 살고 있다. 2013년 『창녕문학』 신인상 공모에 시가 당선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창녕문인협회 회원이다. 시집으로 『쥐며느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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