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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보다 2026
- 구윤재, 김사라, 봉주연, 송희지, 이다희, 이새해, 임유영, 조시현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0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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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32045771 |
|---|---|
| 쪽수 | 220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시
AI추천 이유
〈시 보다〉 기획의 말
시의 시대가 사라져버린 것 같던 시간 속에서 젊은 시인들과 그들의 낯선 감각을 다시 읽어준 독자들이 출현했다는 것은 기적이 아니다. 모든 헛된 풍문을 뚫고 한국문학의 심층에서는 본 적 없는 시 쓰기와 시 읽기가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 〈시 보다〉는 시 쓰기의 극점에 있는 젊은 시 언어의 운동에너지만을 주목하고자 한다. 1년에 한 번 이루어지는 이 작은 축제는 선별의 작업이 아니라, 한국 시를 둘러싼 예감을 함께 나누는 문학적 우정의 자리이다. 우리가 체험하는 것은 젊은 시인들의 이름 너머에서 꿈틀거리는 ‘시’라는 사건 자체이다. 시인은 동시대가 소유한 이름이 아니라, 동시대의 감각을 발명하는 존재이다. 시는 도래할 언어의 순간에 먼저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 ‘시 보다’라는 행위는 시‘보다’ 더 고요하고 격렬한 세계를 열어준다.
- 선정위원 김상혁 백은선 소유정 신해욱 조연정
* 구윤재, 「미래」 외
자고 일어났는데 배 위에 무언가 올려져 있었다
나는 간신히 눈동자를 굴려 배 위에 올려진 것이 무엇인지 바라보았다
축축하고 미끄러운 하얀 솜털로 감싸여 있는 저것, 미래였다
―「미래」 부분
구윤재의 시에서 ‘미래’는 “매번 다른 형태와 질감으로 변주되는”(소유정) 가능성이자,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움켜쥐는 이상한 이름”(백은선)이다. 시간을 선형으로 나아가는 대신 “머물면서 이동하”고 “나선형으로 깊어”(신해욱)지는 독특한 시공간의 지도를 그려내는 시인은 지나간 시간과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교차하며 “제자리멀리뛰기”라는 새로운 형태의 미래를 제시한다.
* 김사라, 「oh my pimp mom」 외
미꼬 씨, 공상 속에서
네 얼굴을 내 얼굴 위에 덮어써본 적이 있다
내 것보다 덜 찢어진 입술,
눈매에는 빨간 소금이 엷게 한 겹
내밀어도 짧아지지 않는 팔을 가졌다
당신은 그런 팔과 살았다
평생 벗지 않았다
―「oh my pimp mom」 부분
이방의 여성 ‘이리스’ ‘미나 제이코’ ‘나나 유리’ ‘화림’ ‘유림’은 폭력과 소외로 엉겨붙은 저마다의 흙탕물을 헤집는 중이다. “김사라의 ‘타락 천사’들이 내뱉은 오욕의 문장들”은 “직설적이면서도 무덤덤”(조연정)한 에너지를 분출하고, 그들의 독백은 “어느새 셀 수 없이 많은 인물을 등장시키며 한 사람이 연기하는 대형극으로 거듭난다”(소유정). 국경을 넘는 그 울림은 “수사학적 경계와 분할을 지우”는 “목소리-물줄기”(신해욱)가 된다.
* 봉주연, 「푸른 점」 외
출현한 것은 그저 균열. 문이 열린다는 것은 사이로 빛을 허락한다는 것. 흰 등 위로 빛이 흐른다는 것. 연민은 어느 수준까지만 내려가고, 그 밑으로는 더 내려가지 않는다. 그런데 증오가 그 아래까지 내려간다면. 그렇게 낮은 곳까지 떨어진 이들은 서로를 가엾게 생각할까. 내가 눈앞에 없을 때에도 느껴지는 두려움과 떨림이 너희를 구할 것이다.
―「푸른 점」 부분
봉주연의 연작시에 등장하는 서로 다른 존재들은 동명의 ‘p’와 ‘pp’로 불리며 끊임없이 몸집을 불려나간다. 시인의 손에 이끌려 “빈 거울”(김상혁) 앞에 선 독자는 그 존재들과 함께 증식해가는 제 모습을 발견하고, “모르지 않지만 본 적 없는 풍경을” 마주하며 “어렴풋한 것을 구체적으로 알게”(소유정) 된다. “포개지고 홀연 신비감을 발산”하는 봉주연의 시는 “상처보다 강한 사랑”(신해욱)을 증명한다.
* 송희지, 「금속음―음경의 시」 외
그날 이후로 나는 꿈을 많이 꾸었다. 꿈에서 나는 음경 도시를 걸었다. 음경 공장을 걸었다. 음경 공원 음경 광장을 음경 교정 음경 체육관과 막 허물어지고 갓 지어지는 음경 뼈대 들을 걸었다.
다디단 과실 위를 기는 애벌레처럼.
하나 음경 무덤을 걷는 꿈은 꾼 적이 없다.
―「금속음―음경의 시」 부분
‘탈로스의 금속 음경’ ‘잘린목’과의 여행 등 신화적 요소를 차용한 송희지의 시는 “유구한 남성적 신화를 해체”(소유정)하며 금기와 감각, 인식의 경계를 거침없이 뒤흔든다. “한없이 복잡하고도 분명한, 나약하고도 대담한 인간의 마음”(조연정)을 파괴적으로 써 내려가는 시인의 언어는 “뱃머리에서 울려 퍼지는 고동”이자, “꼭 닫힌 상자 속에 영원히 두근대는 심장”(백은선)이다.
* 이다희, 「실리카겔」 외
손에 남은 온기보다 입에 들어온 차의 온도가 더 낮다. 발끝에 더욱 힘을 준다. 러그의 양모가 발가락 사이로 올라온다. 무엇인가 해결된 기분이다. 하지만 말이 되지 않는다. 나에게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없다. 나는 식어가는 찻잔을 쥐고 러그 위를 빙빙 돈다.
―「실리카겔」 부분
“감정의 투영이 아닌 정동의 조직화”를 통해 세계를 재구성하는 이다희의 시는 “매우 희귀하게 현대적이다”(김상혁). 빈 칠판과 유리컵, 구름과 고속도로 같은 “정지된 사물로부터, 혹은 공간으로부터 시간을 발견하는 시인”(조연정)은 “무너지는 마음을 가볍게 들어 올리면서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슬픔의 표면을 섬세하게 비춘다”(소유정).
* 이새해, 「알고 있는 것」 외
자주 가는 단층집 앞마당에 모여서 우리는 생크림케이크를 꺼냈다. 축하할 일이 있었는데 축하받을 사람은 오지 못했다. 초에 불을 붙인 뒤 노래를 불렀다. 다 부른 뒤에 그의 이름을 다시 불러보았다. 나 여기 있어요. 누군가 대신 대답했고 모두 웃었다. 웃다가 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불이 붙었다. 평상 위에 꺼내둔 성냥개비 하나에.
―「알고 있는 것」 부분
“만약과 만약과 만약 들”을 끊임없이 타진하는 가능성의 세계에도 “유령처럼 끝까지 남아 우리 주위를 배회”(백은선)하는 존재들이 있다. “웃는 얼굴로 아슬아슬하게 제압해두고 있는 일그러진 생각들”(김상혁)과 그 아래 웅크린 “영영 세계의 ‘일원’이 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조연정)을 결코 감추지 않는 이새해의 언어는 차분해서 더욱 공포스럽다.
* 임유영, 「모조」 외
우리는 여전히 거친 옷을 입고
집 아니라 돌아갈 곳을 찾고 있네.
품에 안은 물 항아리에 무엇이 담긴 줄도 모른 채
열심히 옮기는 하나와
이쪽이라고 멀리서 손짓하는 하나.
―「모조」 부분
임유영은 기존의 이야기-스타일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세련되고 완숙한 상징들”(김상혁)의 세계로 나아간다. 물과 불, 티끌과 같은 원소를 기르는 기묘한 행위 속에서 시인은 “발생 직전의 예감으로 부풀어 오르는 모든 것”(백은선)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연금술과 축지법으로 씌어진 그의 시는 “가야 할 데까지 간 다음 우뚝 멈춘”(신해욱) 미련 없는 시적 용기를 발판 삼아, 다시 세계를 향해 도약한다.
* 조시현, 「가위질 연습」 외
미래에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이와
모든 것을 적절하게 잘라낸 이 중
무엇을 신이라고 부르는지도 알 수가 없어
인간들은 벌써부터 결백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우주선은 언제나 너무 차가운 스테인리스스틸
잘려 나간 여자가
가장 먼 곳까지 둥둥 날아가고 있다
―「가위질 연습」 부분
조시현의 시는 “미래에도 변치 않을 재앙들을 예측하면서 진화된 인간 삶의 불가능성을”(조연정) 내다본다. “인류의 시원에서 멸종 이후까지, 몸의 잔해와 흔적을 모으고 젠더의 조립과 해체와 재조립의 물질성을 탐사”(신해욱)하는 시인은 “통로로서의 몸, 고정되지 않는 몸, 지울수록 선명해지는 몸”(백은선)을 통해 인과를 벗어난 시공간을 구축하며 인간 존재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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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 피해보상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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