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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57068753 |
|---|---|
| 쪽수 | 232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교양사상
AI추천 이유

“미역국은 짜고 젖어 있지만 진실된 생일케이크다.”
“쌈을 싼다는 건 즉석에서 자신만을 위한 국을 끓이는 일이다.”
“중국인은 김치를 발명하기엔 너무 살기 편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먹고 있는 것일까?
너무 익숙해서 묻지 않았던 한식의 비밀
《밥 국 찬, 한식의 탄생》은 독특한 반찬 문화부터 쌈과 김치, 국밥과 비빔밥까지, 외국인은 궁금해하지만, 정작 한국인은 잘 설명하지 못하는 일상 속 한식의 비밀을 파고든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밥, 국, 찬에는 오랜 시간 한반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듭해온 선택이 켜켜이 쌓여 있다.
‘겉멋’과 ‘속맛’: 한식의 이중생활
외국인이나 어린아이가 한식을 처음 접하며 던지는 질문은 의외로 날카롭고 근본적이다.
“한국인은 왜 한 끼에 이렇게 많은 ‘반찬’을 먹나요? 그리고 왜 반찬은 꼭 있어야 하나요?”
“채소와 나물은 어떻게 다른가요? 왜 생풀에 밥과 고기를 싸서 먹나요?”
“왜 햄버거를 먹고는 간식을 먹었다고 하면서, 밥을 먹어야 식사했다고 하나요?”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런 질문에 좀처럼 명쾌하게 답하지 못한다. 흔히 “옛날에 먹고살기 힘들어서 산나물을 뜯어 먹고, 내장과 피까지 버리지 않고 먹게 되었다”는 식의 ‘가난의 인상비평’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가난이 이유라면 독일인은 왜 돼지 족발인 슈바인학센을 먹고, 스코틀랜드인은 왜 양의 내장으로 해기스를 만들었을까? 가난은 설명의 일부일 뿐, 한식이 하필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이유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밥 국 찬》은 한식을 ‘위대한 조상의 지혜’로 찬양하지도, 가난이 빚어낸 궁여지책으로 치부하지도 않는다. 한식은 누군가가 설계한 완성품이 아니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되풀이한 선택과 우연, 실패와 모방이 쌓여 만들어진 ‘생존의 발자국’이다. 책은 이를 한식의 ‘겉멋’(밥, 국, 찬, 밥상처럼 눈에 보이는 외형적 골격)과 ‘속맛’(간과 감칠맛, 뜨거움과 차가움을 느끼는 내면의 감각)으로 나누어 추적한다.
밥: 먹는 것이 어떻게 신념이 되었나
한국어에서 ‘밥’은 음식이면서 식사이고, 생존과 인생의 은유다. 힘은 ‘밥심’에서 나오고, 자신의 생존권과 영역은 ‘밥그릇’이다. 제 몫을 하려면 ‘밥값’을 해야 하고, 생계의 근간은 ‘밥줄’이다.
이 집착의 뿌리에는 벼농사가 있다. 농경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한정된 땅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느냐였다. 높은 인구 부양력을 가진 벼는 매력적인 답이었지만, 그만큼 막대한 노동을 요구했다. 수확량을 높이기 위해 노동집약적인 벼농사에 사활을 걸면서 쌀에는 피와 땀, 애증과 집착이 쌓였다. 밥은 그렇게 주식을 넘어 한국인의 생존관과 세계관이 되었다.
국물: 국물의 시작과 끝에는 밥이 있다
한국인이 ‘국물의 민족’이 된 출발점에도 밥이 있다. 퍽퍽한 곡물 주식을 계속 먹기 위해 국물은 입과 목을 적셔주는 가장 효과적인 조력자였다. 왼쪽에는 밥, 오른쪽에는 국을 놓는 ‘좌반우갱’은 둘의 긴밀한 관계를 밥상 위에 고정시켰다.
하지만 국물은 단순히 밥을 삼키기 위한 물에 머물지 않았다. 국과 탕, 국물이 자작해지는 찌개, 상 위에서 끓이며 함께 먹는 전골까지, 한국인은 국물과 건더기의 비중, 간과 조리법, 먹는 방식을 달리하며 놀라운 국물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한쪽에는 미역국과 콩나물국이 있고 다른 쪽에는 곰탕과 설렁탕,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전골이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 끝이다. 국물이 졸아들면서 ‘보글보글’은 ‘지글지글’로 바뀌고, 남은 국물과 건더기에는 다시 밥이 들어간다. 밥을 볶고 눌려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먹는다. 밥에서 출발한 국물은 수없이 변주된 끝에 다시 밥으로 돌아온다.
찬: 결핍은 어떻게 무한한 반찬을 낳았나
밥과 국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쌀 중심의 식사가 채우지 못하는 영양을 보완하고, 춘궁기와 겨울이라는 계절의 공백을 건너려면 먹을 것을 더 찾아내고, 먹기 어려운 것까지 먹을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
콩은 단백질 공급원이자 장 문화의 토대가 되었다. 산과 들의 식물은 삶고 데치고 말리고 우려내 나물이 되었고, 그 범위는 김과 미역 같은 ‘바다의 나물’로 확장됐다. 겨울에는 채소를 절이고 발효시켜 김치를 만들었고, 재료와 양념, 조리법을 달리하며 수많은 김치로 변주해냈다.
한국인은 그렇게 식물과 동물을 가리지 않고 재료를 찾아내 삶고, 굽고, 말리고, 삭히고, 절이고, 무쳐 찬으로 만들었다. 반찬의 어마어마한 가짓수는 풍요의 목록이라기보다 먹을 수 있는 것의 범위를 끝없이 넓혀온 생존 실험의 목록이다. 살아남는 것이 실력이라면, 한국인은 ‘지나치게 유능한 잡식동물’이었다.
밥상: 엄격한 상, 방탕한 맛
밥, 국, 찬이 갖춰지자 이들을 하나의 상 위에 동시에 펼치는 독특한 밥상 구조가 완성된다. 임금의 12첩 반상이든 서민의 소박한 밥상이든 밥+국+찬이라는 기본 골격은 같다. 상을 차리는 방식은 엄격하지만 먹는 방식은 놀랍도록 자유롭다. 어떤 찬을 밥과 먹을지, 언제 국을 떠먹을지, 무엇과 무엇을 한입에 넣을지는 먹는 사람의 선택이다. 구조는 고정되어 있지만 조합은 무한하다.
한국인은 여기서 더 나아가 밥상 자체를 조립하고 해체한다. 밥과 국을 합치면 국밥, 밥과 찬을 합치면 비빔밥이 된다. 밥상 전체를 한입에 조립하면 쌈이 되고, 밥과 찬을 김으로 말면 김밥이 된다. 서로 전혀 다른 음식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밥+국+찬’이라는 밥상의 문법이 살아 있다.
그 문법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고기를 실컷 먹은 뒤에도 된장찌개와 밥을 찾고, 전골을 먹고 나면 밥을 볶거나 죽을 쑤어야 한 끼가 끝난다. 조선의 문신 이정귀는 명나라에서 술과 안주, 과일과 떡을 배불리 먹고도 밥을 먹지 못했다며 자신은 “아직 식사 전”이라고 했다. 저자는 이를 배고픔이 아니라 밥상의 미완성을 견디지 못하는 ‘문화적 허기’라고 부른다.
속맛: 우리가 맛있다고 느끼는 것의 역사
과거 한국인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밥을 먹었다. 간이 거의 없는 맨밥을 많이 먹으려면 국과 찬이 필요했고, 밥과 국, 여러 찬을 오가며 입안에서 적절한 맛을 만들어야 했다. 국과 찬만 먹으면 짜지만 밥과 함께 먹으면 ‘간’이 맞는다. 한국인의 식사는 입안에서 실시간으로 ‘간’을 맞추는 일이다.
한식의 감칠맛은 서로 다른 재료에서 우러난 맛을 한 음식 안에 겹겹이 쌓는다. 하나의 감칠맛 위에 또 다른 감칠맛을 더해 복합적인 맛의 층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감칠맛을 가장 맛있는 상태로 즐기기 위한 극단적인 온도 감각이 더해진다. 뚝배기째 펄펄 끓는 찌개를 ‘시원하다’며 먹다가도 살얼음 뜬 냉면과 동치미 국물을 즐긴다. 뜨거운 것은 더 뜨겁게, 차가운 것은 더 차갑게. 간을 맞추고, 감칠맛을 겹치고, 온도의 극단을 즐기는 한식의 맛에는 오랜 생존의 역사가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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