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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99778115 |
|---|---|
| 쪽수 | 540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사회학 > 노동/사회문제
AI추천 이유
AI 혁명은 마치 쓰나미와 같이 밀려들고 있다. 먼 바다에서 신호를 보내오는 듯하더니, 이제는 해안선 가까이 밀려들고 있다. 그 기대감, 또는 공포는 하루가 다르게 강도가 심화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AI 혁명에 준비가 돼 있는가. 특히 우리 사회의 근간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공공행정, 공무원조직은 이에 대비가 되어 있는가. 이런 문제 의식이 이 책을 내놓는 계기가 되었다. 아무쪼록 이 작은 노력이 인공지능 사회를 대비하고 이끌어가는 디딤돌의 하나가 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AI 시대, 공무원노동운동은 무엇을 설계해야 하는가
공공부문에서 인공지능을 둘러싼 논의는 대체로 효율성에서 시작한다. 반복적인 문서 작업을 줄이고 민원을 더 빠르게 분류하며, 흩어진 데이터를 분석해 정책 판단을 지원할 수 있다는 기대다. 그러나 행정은 처리량과 속도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니다. 법률과 정책을 구체적인 결정으로 전환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며 잘못된 결과를 바로잡는 권한과 책임의 체계다. 따라서 핵심은 기계가 얼마나 많은 일을 대신하는가가 아니라, 기계가 개입한 행정에서 권한·재량·책임·구제의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있다.
이 책의 첫 번째 명제는 공공부문 AI 전환이 기술 도입이 아니라 통제 구조의 재설계라는 것이다. 판단 기준이 데이터 항목과 분류 규칙, 임계값과 프롬프트로 구현되면 무엇을 측정하고 무엇을 예외로 둘 것인지가 시스템에 새겨진다. 추천과 점수가 업무의 기본값이 되면 최종 결정권이 형식상 사람에게 남아 있어도 판단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처리시간과 수정·조회 기록 역시 품질 개선 자료에서 인사평가와 감사·감찰의 수단으로 바뀔 수 있다. 기준을 설계하는 주체와 결과를 설명하는 주체가 멀어질수록 권한과 책임의 비대칭은 커진다.
두 번째 명제는 인간 감독이 선언이 아니라 실질적인 권한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담당자가 시스템의 한계와 오류 가능성을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에 접근하며, 산출물을 수정·보류·거부하고 중대한 위험 앞에서 작동을 멈출 수 있어야 한다. 충분한 검토 시간과 교육 없이 승인만 요구받는 공무원은 감독자가 아니라 책임을 떠안는 사람이 된다. 인간의 책임을 강조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개입 권한과 기관의 조사·지원 의무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세 번째 명제는 공무원의 노동권과 국민의 권리가 하나의 구조 안에 있다는 것이다. 자동화된 행정이 설명과 예외 처리를 약화하면 국민은 부당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워지고, 갈등과 설명의 부담은 현장 공무원에게 집중된다. 반대로 공무원에게 전문적 판단을 수행할 시간, 시스템을 검증할 정보, 잘못된 추천을 거부할 권한이 보장되면 국민의 적법절차와 행정의 책임성도 강화된다. 공공부문의 노동조건은 조직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서비스의 품질과 민주적 정당성을 좌우하는 조건이다.
이 세 명제는 노동조합의 개입 시점을 바꾼다. 시스템이 운영된 뒤 부작용을 교정하려 하면 목적과 기준은 이미 예산서, 제안요청서, 계약서, 업무화면과 성과지표에 고정되어 있다. 노동조합은 기획과 시범 단계부터 해결하려는 문제, AI가 아닌 대안, 인력·교육·검증 비용, 공급자와 기관의 책임, 확대·수정·중단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이는 노동조합이 기술 전문가의 판단을 대신하자는 요구가 아니다. 기술·행정·현장 전문성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그 결정이 노동과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집단적 기준을 만드는 일이다.
대응 강도는 기술의 명칭이 아니라 위험과 영향의 크기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내부 검색이나 문서 초안 보조도구와 인사평가 점수를 산출하거나 복지 수급 여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을 같은 수준으로 취급할 수 없다. 적용 범위와 자율성, 대상 집단, 오류의 피해, 인간 개입 가능성을 기준으로 수용·조건부 도입·보류·중단을 선택해야 한다. 요구의 실행 경로도 구분해야 한다.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된 사항은 단체교섭과 운영협의로, 예산·정원·조달과 제도 설계는 정책 대응으로, 구체적인 피해는 개별 권리구제와 사고 대응으로 연결해야 한다.
책의 흐름은 진단에서 실행으로 나아간다. 제1부는 AI가 행정의 권한과 공무원의 노동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살피고, 제2부는 책임·인사평가·데이터·국민 권리의 쟁점을 다룬다. 제3부는 사용 사례를 교섭 의제로 전환해 합의 조항과 정책 대응으로 연결한다. 제4부는 이를 지속할 조직 전략과 역량을 제시하고, 제5부는 국내 사례와 해외 제도를 증거 수준과 법적 효과에 따라 비교한다. 제6부는 단계별 로드맵과 공무원노동운동의 시대적 과제를 하나의 실행체계로 묶는다.
본문의 관문 질문과 모델 조항, 부록의 실행도구는 한 권 안에서 이해·판단·작성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했다. 이 자료들은 그대로 복사하는 완제품이 아니라 기관의 업무와 교섭 구조, 적용 법령과 시스템 위험에 맞게 고쳐 써야 할 출발안이다. 법령과 정책이 바뀌면 최신 근거를 다시 확인해야 하며, 공개자료로 확인되지 않는 사실은 성공이나 배제의 증거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현행법상 보장된 권리와 교섭·협의·입법으로 확보해야 할 요구를 구분하는 원칙도 끝까지 유지한다.
AI 전환은 한 번의 도입으로 끝나지 않는다. 모델과 데이터, 성과지표와 적용 범위는 계속 바뀌고 시범사업은 새로운 기능과 기관으로 확산된다. 민주적 통제 역시 일회성 심의로 완성될 수 없다. 사용 사례를 발견하고 정보를 확보하며, 영향을 평가하고 조건을 합의한 뒤 운영 결과와 사고·변경을 다시 제도에 반영하는 순환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의 진정한 자산은 특정 기술에 관한 일시적 지식이 아니라 이 순환을 지속할 조직의 기억과 절차다.
결국 이 책이 묻는 것은 인공지능이 공무원을 대신할 것인가가 아니다. 인공지능이 관여하는 행정에서 누가 기준을 만들고, 누가 예외를 판단하며, 누가 오류를 설명하고, 누가 위험을 멈출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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