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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의 퍼스널컬러 - 색으로 보는 영화 속 빌런의 미학

  • 천영서
  • 스피어인
  • 2026년 09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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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ISBN-13 : 9791199923355
쪽수260쪽
크기B6(127mm X 188mm, 사륙판)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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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추천 이유

책 소개

지금껏 없었던 영화를 보는 색다른 시선

 

그들은 어쩌다 빌런이 되었나, 색으로 보는 갈등의 뒷이야기

 

 

“나는 그동안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왜 궁금해하지도 않았을까?”

―정여울 작가

 

대중문화에서 ‘빌런’은 디즈니 영화와 슈퍼히어로 장르에서 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 태생적으로 악하다고 규정된 인물, “납작한 널빤지에 ‘악(惡)’이라는 글자를 휘갈긴 것처럼 얄팍한 모습으로 등장하기 일쑤”인 존재다. 이 책은 그동안 많은 이들의 관심에서 비켜나 있던 빌런들을 독특하게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소환한다. 영화 속에서 만나왔던 빌런의 심리적・문화적 의미를 ‘색’이라는 독창적인 관점으로 흥미롭게 풀어낸다.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마라’는 여론이 형성된 상황에서 저자는 왜 이런 시도를 감행했을까?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의 본질을 단순히 악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것은 해결의 실마리를 잡기도 전에 더 나은 미래의 가능성을 단절시키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디즈니, 마블 영화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빌런은 단순한 악인이 아니라 그들의 서사와 갈등을 통해 더 깊은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갈등을 반영하는 캐릭터들이다. 이 책은 초록, 빨강, 보라, 파랑, 노랑, 검정, 흰색 등 각 빌런을 표현하는 색을 중심으로 그들이 주인공과 대립하고 갈등하게 된 이유, 그리고 그 갈등이 우리 사회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파헤친다.

<라이언 킹>의 스카, <해리포터>의 볼드모트, <어벤져스>의 타노스, <다크 나이트>의 조커 등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들의 서사와 색을 따라가며 그들이 빚어내는 갈등을 새롭게 해석한다. 선과 악이라는 익숙한 구도를 해체하고, 그 안에 감춰진 빌런의 의미를 발견한다. 색은 원초적인 욕망부터 역사와 사회의 흔적까지 품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말보다 선명하게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이야기를 드러낸다. 저자는 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교하게 분석한다.

저자는 영화 속 빌런이 오늘날 대중의 불안과 근심을 비추는 존재라고 말한다. 사회의 갈등을 드러내는 빌런을 단순히 악으로 치부해버리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는다면, 상호 이해와 합의의 세계는 무너지고 ‘빌런의 세상’이 탄생한다. 이 책은 빌런을 악으로 규정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이면에 숨은 감정과 사연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외면해온 갈등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익숙한 캐릭터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우리가 간과했던 이야기를 환기시키며 색다른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빌런을 바라보는 일은 결국 우리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다. 선과 악의 경계 너머, 우리가 미처 듣지 못했던 이야기에 한번 귀 기울여보자. 어쩌면 그곳에 우리가 찾던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목차

[목 차]

추천의 글

들어가는 글

 

1장 나도 인정해주세요 _초록 GREEN

빌런의 색

삶은 불공평해

질투에서 성장으로, 초록의 화신

의도된 혹은 의도치 않은

 

# 〈라이언 킹〉 스카, 〈마블 시리즈〉 로키, 〈위키드〉 엘파바

feat. 〈더 크라운〉

 

2장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_빨강 RED

복수의 색

거울 속의 주인공

당신의 미덕은 나에게 공허하다

 

# 〈마블 시리즈〉 스칼렛 위치, 〈엑스맨 시리즈〉 매그니토, 〈아케인〉 실코

feat. 〈아이언맨〉, 〈장고〉, 〈헝거 게임 시리즈〉

 

3장 너희는 두려워 말고 _보라 PURPLE

지배의 색

경배하라 위대한 모순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타노스, 〈다크 나이트〉 조커

feat. 〈컬러 퍼플〉

 

4장 슬픔의 또 다른 이름 _파랑 BLUE

이방인의 색

멍든 마음을 짊어지고

자유의 선고

 

# 〈엑스맨 시리즈〉 미스틱, 아포칼립스, 〈아케인〉 징크스, 〈이터널스〉 이카리스

feat.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 가지 모험〉

 

5장 경고! 스포일러 주의가 필요한 _노랑 YELLOW

배신의 색

유다와 유다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 〈앤트맨〉 옐로재킷, 〈블랙 팬서〉 킬몽거

feat. 〈조커〉

 

6장 가장 유서 깊은 절망 _검정 BLACK

공포의 색

검은 베일 뒤에 숨은

죽음이 죽음에게

 

# 〈스타워즈 시리즈〉 다스 베이더, 〈해리포터 시리즈〉 볼드모트, 〈썬더볼츠〉 보이드

feat. 〈제7의 봉인〉

 

[+special chapter] 흑과 백_ 너와 나의 경계

 

7장 보이지 않는, 가장 평범한 _흰색 WHITE

결여의 색

등잔 밑이 어두워

어디에도 없는, 어디에나 있는

 

# 〈국가의 탄생〉 KKK, 〈시계태엽 오렌지〉 외 〈로그 원〉, 〈안도르〉 보안국 장교들

 

8장 섞이는, 변화하는 _색

REPLAY: 섞여 있는 색

RETCON: 변화하는 색

너와 나의 약속

 

# re. 〈아케인〉 실코, re. 〈블랙 팬서〉 킬몽거, 〈다크 나이트〉 vs. 〈조커〉 조커,

〈캡틴 마블〉 스크럴

 

나오는 글

감사의 글

주


[본 문]

예를 들어 주인공과 빌런이 대립하는 슈퍼히어로 세계관에서 갈등은 없애고 극복해야 하는 부정적인 것으로 정의되며, 그 원인으로는 대부분 태생적 악함 또는 도덕적 타락이 지목된다. 그런데 미국의 정치학자 엘머 샤츠슈나이더에 따르면 갈등은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목적이며 민주주의의 동력이다. 권력을 가진 강자일수록 (외부의 개입이 없으면 자신이 결과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갈등이 사적인 영역에 남아 있기를 바라지만, 대다수 민중이 자신의 권리를 강화하려면 ‘갈등의 사회화’가 필요하다. 쉽게 말해 “힘의 균형이 변할 때까지 더욱더 많은 사람을 갈등 속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이는 약자이다”. 따라서 민주주의에서 갈등을 사적인 문제로 치부해서도, 평화라는 미명으로 침묵시켜서도 안 된다.

빌런의 이야기는 이렇듯 사회적 갈등을 표출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주인공 히어로보다 더 ‘다수’의 목소리가 투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영화 속 빌런은 현재를 살아가는 대중의 불안과 근심을 반영한다. 때론 부끄러운 자화상으로, 때론 부끄러움을 외면하려는 우리를 원망하는 불청객으로도 나타나는 이들은, 이 시대를 배회하는 유령의 모습이다. p.9-10

 

오래전부터 빨강은 특별했다. 기원전 3만여 년 전 선사시대 인류는 최초의 동굴 벽화를 그리면서 빨간색을 사용했다. 빨강은 검정, 흰색과 더불어 전 세계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먼저 출현한 색채어였으며, 인류가 다양한 색을 사용하기 전까지 ‘색’을 지칭하는 개념어였다. 매일 걷는 대지의 색이자 밤마다 생명을 지켜주는 불의 색이었고 배고픔을 잊게 해줄 사냥감이 흘리는 피의 색이었으니, 고대 인류가 빨강을 찬양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p.51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색은 무엇일까?

2015년 4대륙 10개국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색은 파랑이다.

어느 문화권에서든 푸른 하늘과 드넓은 바다, 평화와 자유, 휴식, 희망을 떠올린다. UN・WHO・유니세프와 같은 국제기구의 엠블럼, 인터넷 익스플로러・사파리 같은 웹 브라우저 아이콘,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 로고에도 파랑이 쓰인 이유다. 신뢰감을 주기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경찰 제복에도 사용한다.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초인 구원자’ 슈퍼맨부터 마을의 안전을 지켜주는 ‘다정한 이웃’ 스파이더맨까지 파랑은 주로 히어로의 퍼스널컬러로 쓰인다. 그러나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파랑이 지금처럼 보편적으로 사랑받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었다. p.110

 

이카리스가 세르시를 막는 것을 포기하자 이터널스 전원은 셀레스티얼의 인형으로 사는 길을 버리고, 또 다른 셀레스티얼(신)의 탄생을 막아 새로운 세계를 형성하는 데 동참한다. 본질보다 실존이 앞선다는 사유 속에서 스스로 선택을 내린 그들은 이제 “자유에 선고된” 인간처럼 존재의 무게를 짊어지게 된다. 여태까지의 선택에 대한 책임으로 동료들에게 용서를 구한 이카리스는 마침내 진정으로 자유롭게 날아오르고, 유일무이한 존재로서 삶을 깨닫게 해준 푸른 행성을 바라보다가 미련 없이 태양 속으로 뛰어든다. 그의 마지막 행동에서야 영화는 이카리스의 이야기가 머금고 있던 가장 깊은 파랑의 의미를 드러낸다. 시리도록 푸른 퍼스널컬러가 내포하는 상징은 결국 ‘죽음을 향한 자유Freiheit zum Tode’다. p.129

 

미국에서 자란 에릭은 작고한 아버지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는 언젠가 와칸다로 돌아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동포들을 무장시키겠다는 포부를 품고 용병으로 생활하며 칼을 간다. ‘이스카리옷’이라는 유다의 성을 두고 ‘단검을 든 암살자’라는 의미로 해석하듯이 에릭이 사용한 가짜 성 ‘킬몽거’는 그가 무수한 암살 작전을 수행하며 얻은 ‘살인광’이라는 뜻의 별명이다. 아버지가 들려준 전설 속 구세주를 기다리느니 직접 행동에 나서겠다고 결심한 에릭은 마침내 블랙 팬서를 죽이고, 노란빛이 번쩍거리는 골든 재규어 슈트를 입는다. 블랙 팬서를 따르는 이들에게 그는 역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배신자이지만, 에릭에게 배신자는 아버지와 자신을 외면한 블랙 팬서다. p.142-143

 

죽음을 마주한 인간 기사의 고백은 아이러니하게도 죽음과 닮은 두 빌런의 동기를 설명한다. 아나킨과 톰이 각자 다크 사이드와 어둠의 마법에 심취하게 된 이유는 두 사람 모두 상실을 경험하며 죽음 앞에서 삶의 허무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기사의 고백처럼) 도래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혼자 하는 생각은 점점 현실과 유리되고, 공허해진 마음을 증오가 잠식해간다. 결국 다스 베이더와 볼드모트가 된 이들은 자신의 공포를 우상화한 가면을 쓰고 타자를 짓밟는 열정으로 빈곤한 자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스타워즈: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제다이 마스터 요다가 아나킨에게 건넨 걱정에는 이런 병리적인 감정의 심화 과정이 요약되어 있다. p.165-166

 

가장 순수한 선을 상징하는 흰색은 동시에 가장 평범한 악의 색으로서 경각심을 일깨운다. 문득 둘러보면 어디에도 없어 보이지만 과거와 현재 어디에나 그리고 누구의 내면에나 있는 흰색 빌런은 우리가 더 이상 생각하기를 귀찮아할 때 나타난다. 생각은 피상적일수록 극단화되기 마련이다. 반복되는 역사가 입증하고 창작물이 반영해 보여주듯이, 사유가 메마른 사회에서 하얀 역병이 창궐하고 민주주의는 실패한다. 범람하는 미디어의 자극 속에서 알고리즘과 AI로 아무 생각 없이 정보를 수용하는 것이 익숙해진 일상을 보노라면, 흰색은 머지않은 시기에 현실로 도래할 21세기의 암울한 자화自畵‘색’이 될지도 모른다. p.209

 

〈다크 나이트〉에서 보라색이었던 조커의 퍼스널컬러가 〈조커〉에서 빨간색으로 바뀐 것은 비단 이들에게 부여된 역할이 (전자는 슈퍼히어로 영화 속 빌런이고 후자는 피카레스크 영화의 주인공이어서) 다르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혼돈을 부추기는 광대라는 점에서 같을지 몰라도 〈다크 나이트〉와 〈조커〉가 묘사하는 ‘조커’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이하부터 〈다크 나이트〉의 빌런은 ‘보라 조커’로, 〈조커〉의 주인공은 ‘빨강 조커’로 표기한다.) 보라 조커의 광기가 타인의 심리를 조종하는 범죄자의 사악함이라면, 빨강 조커의 광기는 사회적 안전망이 사라져 극한으로 내몰린 환자의 자포자기다. 보라 조커가 인간과 사회를 냉소하며 연대를 파괴하는 폭력을 조장한다면, 빨강 조커는 바로 그 냉소와 폭력으로 인해 삶이 막다른 곳으로 내몰린 환자다. p.226

 

현상에 대한 단순한 규정은 언제나 진실과 거리가 멀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당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싶어도 우리는 다만 서로의 눈에 비친 단편적인 색으로 전체를 유추할 뿐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모두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 때때로 빌런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의 이야기조차 듣기를 거부한다면 우리는 거대한 장벽의 반대편에서 서로에게 영원히 악이 될 것이다. 장벽으로 둘러싸여 메아리쳐 돌아오는 자신의 목소리만 들을 때, 빌런들의 사회는 탄생한다. p.236-237

추천사

    초록색은 왜 악당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색깔이 되었을까? 노란색은 어쩌다 질투로 가득한 빌런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빨강은 왜 선과 악이 공존하는 매혹적인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것일까? (…) 겉보기와는 전혀 다르게 너무도 복잡하고 풍요로운 우리 존재의 심연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결국 나 자신을 더 깊이, 더 잘 알게 되는 것이야말로 인문학을 공부하는 진정한 기쁨임을 깨닫게 된다. 온갖 스토리텔링 속에 숨겨진 색채의 심리를 흥미롭게 풀어낸 저자의 눈부신 열정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정여울 작가 『감수성 수업』,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저자

출판사 서평



“
우리는 모두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 빌런이 된다”

 

7가지 색으로 읽는 영화 속 빌런의 진짜 얼굴

 

역사를 통틀어 인류는 다양한 문명 속에서 각각의 색상에 고유한 상징적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각 시대와 문화마다 선과 악을 구분하는 기준은 유사하면서도 각기 달랐으며, 이를 상징하는 색깔 또한 변천해 왔다. 저자는 이러한 맥락에서 색을 통해 영화 속 빌런을 재해석하는 것이 단순한 미학적 탐구를 넘어선, ‘나’와 ‘너’를 이해하고 갈등을 확장적으로 해석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빌런의 퍼스널컬러》는 대중문화 속 ‘빌런’을 전형적인 악역으로서 규정 짓는 시각을 넘어, 색상이라는 상징적 요소를 통해 그들의 서사를 새롭게 해석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부터 슈퍼히어로 영화에 이르기까지, 악당으로 그려진 캐릭터들이 과연 태생적으로 ‘악’한 존재인지, 혹은 그들이 처한 환경과 갈등이 그들을 그렇게 보이게 만든 것인지를 탐구한다. 저자는 특정 색상이 악당들에게 부여된 방식이 그들의 복합적인 내면과 사회적 갈등을 상징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초록은 질투와 불안, 빨강은 복수와 격정을, 검정은 공포와 죽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색은 단순한 시각적 장치를 넘어, 캐릭터의 감정과 동기, 그리고 그가 주인공과 대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까지 담아내는 서사의 중요한 요소다.

예컨대 영화 《라이언킹》의 녹색 빌런 ‘스카’는 묻는다. ‘조카 심바가 왕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꿈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왜 자신이 왕이 되고자 하는 욕망은 질투와 탐욕으로 치부되는가.’ 저자는 바로 이런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선악으로 덮어버린 이야기의 중추에는 작품 속 누구도 제기하지 않은 중요한 질문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질투라는 낙인이 찍힌 녹색 빌런에는 권력으로부터 배제된 이들이 스스로 주인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나쁜 것으로 터부시하도록 만드는 힘이 내포되어 있다. 이렇듯 빌런의 색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를 악당으로 만든 욕망과 결핍, 관계와 사회적 조건까지 함께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때 색은 선악을 구별하는 표식을 넘어, 우리가 타인의 삶을 얼마나 제한된 시선으로 판단해왔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새로운 해석의 언어가 된다.

 

“영화 속 빌런은 우리의 불안과 근심을 반영한다”

 

색의 의미로 빌런을 들여다보는 건,

곧 나와 너를 이해하는 일

 

“이야기의 그늘에 가려진 빌런을 그에게 부여된 색의 의미를 통해 재해석하는 과정은, 선과 악의 이분법에 갇혀 납작해진 인간의 의지를 되살리는 의식임과 동시에 영화의 크레딧이 흐르는 동안 잊히기 쉬운 중요한 질문들을 상기시키는 작업이다” (본문 10쪽)

 

이 책에는 7가지 색과 각 색이 함축한 갈등의 역사를 닮은 다양한 빌런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 빌런들이 단순히 악의 화신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갈등과 긴장을 투영한 존재임을 강조한다. 갈등을 없애거나 악으로 치부하는 순간, 우리는 갈등의 본질을 이해할 기회를 잃는다. 이 책은 갈등을 감추는 대신 드러내고 탐구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할 가능성을 찾는다. 그것이 이 책이 빌런을 바라보는 이유다. 갈등은 필연적인 것이며, 이를 ‘악’이라는 단일한 프레임으로 묶는 것은 해결의 실마리를 차단할 수 있다. 여기서 궁금증이 출발한다. 그들은 어쩌다 빌런이 되었을까? 빌런의 이면에 감춰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이야기를 톺아본다.

초록은 왜 빌런을 대표하는 퍼스널컬러가 되었는지, 히어로를 대표하던 빨강이 어쩌다 주인공이 아닌 빌런에게 부여되었는지, 퍼렇게 분장하고 나온 빌런에게 숨겨진 슬픔은 무엇을 드러내는지 등 색이 함축한 갈등의 역사와 각 색채에 어울리는 빌런의 서사가 어우러진 풍성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낸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모두가 정여울 작가의 고백처럼 “그동안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왜 궁금해하지도 않았을까”라며 반성적 성찰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빌런의 색을 새롭게 읽는 일이 인간의 복잡한 본성과 사회 문제를 이해하는 새로운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빌런을 새롭게 바라보는 순간, 영화 속 이야기는 어느새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허투루 쓴 글이 없다”

 

AI가 토해낸 인스턴트 글이 아니라

인간의 사유가 깊이 스며 있는 울림 있는 문장들

 

몇 개의 키워드만 입력해도 그럴듯한 문장이 순식간에 쏟아지는 시대일수록, 오래 생각한 사람이 쓴 문장은 더욱 선명하고 귀하다. 《빌런의 퍼스널컬러》에는 허투루 지나칠 문장이 거의 없다. 저자는 색의 상징체계를 출발점으로 삼아 역사와 사회, 미술과 언어, 심리학과 대중문화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하나의 색에 켜켜이 쌓인 인간의 욕망과 편견, 시대의 감각을 입체적으로 파고든다. 초록색 빌런 하나를 이야기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의 4체액설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거쳐 미국 만화의 인쇄 기술과 디즈니의 색채 연출까지 불러오는 식이다. 그러나 이 책의 탐구가 흥미로운 문화 지식을 풀어놓는 데서 멈추지는 않는다. 할리우드 영화가 인간 사회의 복잡한 갈등을 영웅과 악당, 정의와 악의 대결로 압축하는 동안 이야기 바깥으로 밀려난 것이 무엇인지까지 집요하게 되묻기 때문이다. 현실의 갈등은 어느 한쪽을 악으로 규정한다고 사라지지 않으며, 서로 다른 욕망과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말하고 듣고, 타협하고 설득하며, 때로는 불완전한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수행해온 정치의 본질이다. 저자는 영화가 선과 악의 선명한 색으로 덮어버린 바로 그 회색지대를 다시 펼쳐놓고, 색이라는 친숙한 매개를 따라 갈등의 이면에 숨은 권력과 욕망, 배제와 불평등, 의사소통과 합의의 문제를 해부한다. 이처럼 해박한 지식은 깊은 탐구와 만나 이야기로 살아나고, 촘촘하게 이어지는 자료와 사유는 독자가 익숙하게 보아온 장면을 전혀 다른 눈으로 다시 보게 한다. 빠르게 조합된 정보와 매끈하지만 속이 빈 문장이 넘쳐나는 지금, 이 책에서 만나는 것은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오래 읽고, 의심하고, 연결하고, 생각한 사람의 흔적이다. 그래서 이 책의 문장은 읽고 지나가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곳곳에서 독자의 생각을 붙잡고, 익숙한 선악의 경계를 의심하게 하며, 타인을 악당으로 규정하는 순간 우리가 무엇을 보지 못하게 되는지까지 돌아보게 만든다.

저자 소개
저자 : 천영서

메마른 땅 위에서 헐떡이는 물고기가 되는 감각이 있다. 그때 영화와 드라마가 바다에서 퍼 올린 생명수가 되었다. 머나먼 이국 또는 시공을 가로지른 이야기가 지난한 시간을 견뎌낼 힘을 주었다. 그렇기에 좋아하는 작품을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즐겨 했다. 그 이상으로, 이야기를 인문학적으로 재해석하고 대중문화의 사회적 함의를 탐구하는 일이 즐거웠다. 취미로 쓰기 시작한 글이 주변의 호응을 얻으며 SNS에서 화제가 되었고, 감사한 인연들이 닿아 이 책을 쓰게 되었다.

 

과거의 누군가가 온 마음을 다해 정련한 문장이 지금의 나에게 와닿는 순간은, 몇억 광년 떨어진 별빛을 발견하는 기적과 같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곳, 다른 시간을 살아도 우리는 그렇게 연결된다. 언젠가 이 글이 오늘의 당신에게 가서 닿기를 소망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마주하고 삶과 가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 연세대학교 경제학, 철학 전공.

* 2022년 ‘영화 속 색상으로 보는 빌런’이라는 주제의 트위터 타래를 게시하여 2.1만RT를 기록한 데에서 이 책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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