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추천사 :: 004
프롤로그 :: 008
여는 글 :: 012
1부 걸프의 부자들_ 누가, 어떻게 이 부를 쌓았는가?
Part 1 걸프를 해독하라
1장. 걸프 자본의 100년_진주에서 석유, 그리고 금융으로 :: 023
2장. 당신이 알던 중동은 없다_낙타, 사막, 석유라는 고정관념을 뒤집다 :: 028
3장. 두바이, 아부다비, 리야드_새로운 부의 수도가 된 이유 :: 032
4장.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바레인_같은 듯 다른 나라들의 성격 지도 :: 037
5장. 탈석유 레이스_사우디와 UAE의 국가 전략이 만들어내는 기회 :: 043
6장. 지정학이 바꾸는 돈의 흐름_에너지 패권의 재편과 새로운 기회 :: 048
Part 2 왕실과 국부펀드가 설계한 국가
7장. 왕실이 설계한 자본주의_걸프 경제를 움직이는 진짜 권력 :: 053
8장. 아부다비의 알 나흐얀 가문_국가를 경영하는 자본의 중심 :: 055
9장. 두바이의 알 막툼 가문_도시가 곧 상품이다 :: 073
10장. 사우디의 알 사우드 가문_세계 최대 국부펀드를 움직이는 손 :: 085
11장.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_걸프 왕실들의 서로 다른 전략 :: 096
12장. 국부펀드, 세계 경제의 보이지 않는 손 :: 112
13장. 한국 투자자를 위한 걸프 국부펀드 인사이트 :: 116
Part 3 걸프의 레거시 패밀리_ 걸프의 실물 경제를 움직이는 가문
14장. 걸프 제국을 만든 패밀리 비즈니스 가문들 :: 119
15장. 레거시 패밀리가 공유하는 성공 공식 :: 134
16장. 패밀리오피스, 제국의 두뇌 :: 138
Part 4 새로운 부의 설계자들_ 부동산, 기술, 글로벌 인재가 다시 쓰는 걸프의 미래
17장. 부동산 뉴머니_사막을 황금으로 바꾼 기업가들 :: 141
18장. 테크 뉴머니_플랫폼이 만든 새로운 억만장자 :: 158
19장. 디아스포라의 힘 1_걸프 경제의 숨은 기둥, 인도의 기업인들 :: 177
20장. 디아스포라의 힘 2_걸프 경제의 브레인, 레바논과 이집트의 엘리트들 :: 201
21장. 사막의 여왕들_걸프 여성 리더들이 다시 쓰는 부의 지도 :: 207
22장. 결국 중동에서 이기는 사람_다섯 유형의 부자가 보여준 성공 공식 :: 227
2부 걸프에서 기회를 잡는 법_걸프 자본은 미래를 먼저 향한다
Part 5 걸프 부호들의 투자 문법
23장. 걸프의 부자들은 어디에 투자하는가? :: 237
Part 6 스타트업 혁명_ 걸프가 실리콘밸리를 꿈꾸는 이유
24장. 사막에서 피어난 스타트업 생태계 :: 253
25장. 중동을 바꾼 스타트업들 :: 270
26장. AI, 새로운 석유가 되다 :: 286
27장. 핀테크에서 스페이스테크까지_다음 물결은 무엇인가? :: 293
28장. 미래를 만드는 돈 :: 314
Part 7 한국 기업의 걸프 공략_ 신뢰와 전략, 새로운 기회
29장. 신뢰가 자본이 되는 시장_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비즈니스도 없다 :: 323
30장. 가장 큰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_걸프와 한국이 만나는 곳 :: 332
31장. 걸프 자본과 함께 성장하는 법_투자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다 :: 348
에필로그 :: 359
참고 문헌 :: 362
[본 문]
2026년 5월 1일 새벽, UAE 에너지부가 OPEC 및 OPEC+에서의 탈퇴 성명을 발표했다. 1967년 아부다비 토후국 자격으로 OPEC에 가입한 지 약 60년 만의 결정이었다. 이에 대해 수하일 무함마드 알 마즈루에이 에너지·인프라 장관은 "이번 결정은 현재와 미래 생산 정책을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이며, 순수한 정책 결정이다. 우리는 2027년까지 하루 500만 배럴 생산능력을 달성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OPEC 체제 안에서 그 목표를 충분히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에너지 정책으로 보이는 이 발언의 이면에는 철저한 자본 논리가 숨어 있었다.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 ADNOC은 이미 1,500억 달러를 투자해 확대하고 있는 생산능력을 OPEC+ 생산 쿼터(기존 약 360만 배럴)라는 제약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단순히 석유를 더 많이 팔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UAE의 진짜 목적은 석유 시대가 끝나기 전에 가능한 최대 현금 흐름을 확보하고, 그 자본을 곧바로 다음 시대의 자산으로 이동시키는 데 있다. 재생에너지, 글로벌 인프라, 첨단기술, 두바이 부동산까지 석유 수익을 미래 산업으로 전환하는 '탈석유 레이스'를 본격적으로 가속하기 시작한 것이다. (p13)
1912년 여름, 파리에서 날아온 보석상 자크 카르티에는 바레인에 있었다. 그가 찾아온 건 화려한 쇼핑몰도 마천루도 아니었다. 그는 뜨거운 햇살 아래서 땀을 닦으며 바레인 진주 시장의 좁은 골목, 수크(Souk)의 한 좌판 앞에 앉아 아랍 상인과 흥정을 벌이고 있었다. 목적은 단 하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진주를 손에 넣는 것이었다. 자크 카르티에는 오늘날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 카르티에(Cartier)를 만든 가문의 일원이다. 오늘날 카르티에 매장 앞을 지나는 사람 중 럭셔리의 역사가 100년 전 이 사막 해안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p23)
이 전략의 효과는 숫자로 증명된다. 2025년 상반기 두바이는 643개의 신규 그린필드 프로젝트를 유치하며 2003년 집계 시작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FDI(외국인직접투자) 자본 유입은 전년 대비 62% 증가했고, 3만 8,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2025년 한 해 두바이 상공회의소가 지원한 디지털 스타트업은 1,690개로, 전년 대비 40% 가까이 늘었다. UAE 핀테크 시장 규모 또한 2026년 52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 생태계 위에서 부동산 프롭테크 플랫폼 '스테이크(STAKE)'는 3년간 연평균 130% 이상의 거래액 성장을 기록하며 211개국 200만 명 이상의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p33)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Al Saud, MBS)이 주도하는 비전 2030은 사우디를 중동의 생산 기지이자 관광·엔터테인먼트 허브로 전환하는 야심 찬 국가 전략이다. 사우디의 경제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석유 없이도 성장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p43)
이들은 단순히 한 나라를 통치하는 왕실이 아니다. 석유에서 나온 현금을 세계 곳곳의 기업과 도시, 인공지능과 반도체, 항만과 공항, 재생에너지와 바이오산업으로 흘려보내는 거대한 자본의 설계자다. 그들에게 국가는 행정 조직이기 이전에 하나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가깝다. 그 규모를 보여주는 숫자가 있다. 약 1조 7,000억 달러. 아부다비 왕족이 실질적으로 관할하는 국부펀드 ADIA, 무바달라, ADQ의 합산 운용자산 추정치다. 한국의 GDP에 맞먹거나 그보다 큰 규모의 자본이 이들의 전략 아래에서 움직인다. (p55)
그는 두바이의 철학을 상징하는 메시지로 자주 인용되는 "나의 할아버지는 낙타를 탔고, 나의 아버지도 낙타를 탔다. 나는 메르세데스를 타고, 내 아들은 랜드로버를 탄다. 나의 손자는 랜드로버를 타겠지만, 나의 증손자는 다시 낙타를 탈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현재 가진 것에 기댄 자는 반드시 그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며, 현재의 부에 안주하면 미래의 번영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알 막툼 가문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유한한 자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도시 자체를 하나의 상품으로 만든 발상에 있었다. (p74)
카타르는 지도 위에서 쉽게 지나칠 만큼 작은 나라다. 국토 면적은 경기도보다 작고 전체 인구는 약 300만 명에 불과하며, 카타르 국적을 가진 시민은 30만 명 남짓이다. 규모만 놓고 보면 세계 정치와 경제의 중심 무대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카타르는 세계 최대 LNG 수출국 가운데 하나이며, 막대한 에너지 수익을 바탕으로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운 나라다. 런던의 랜드마크 빌딩과 유럽의 명문 축구 구단, 미국과 아시아의 주요 기업까지 카타르 자본이 닿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p97)
왕실이 국가의 방향을 설계한다면 그 전략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패밀리 비즈니스 그룹이다. 사람들이 쇼핑하는 몰, 거주하는 주택, 이용하는 병원과 호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까지 걸프 지역 일상의 상당수는 이들 가문의 사업과 연결돼 있다. 알 푸타임(Al Futtaim), 알 구레어(Al Ghurair), 알 합투르(Al Habtoor), 압둘 라티프 자밀(Abdul Latif Jameel)은 걸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패밀리 그룹이며 걸프 지역 어디에서나 마주치는 이름들이다. 2025년 《포브스 미들 이스트》가 발표한 아랍 100대 패밀리 비즈니스에는 사우디 33개 기업, UAE 32개 기업이 이름을 올리며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119p)
걸프 지역에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패밀리 그룹은 많지 않다. 그 가운데서도 카누(Kanoo)는 특별한 존재다. 진주 무역 시대, 영국 보호령 시대, 걸프 국가들의 독립과 석유 붐, 오늘날의 글로벌 경제까지의 변화를 모두 경험했기 때문이다. 1890년 바레인에서 시작된 카누의 역사는 한 기업의 성장사가 아니라 걸프 경제의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역사에 가까우며, 현지에서는 카누를 '걸프 비즈니스의 살아 있는 역사'라고 부른다. (p130)
2014년, 한 젊은 기업가가 자신의 조국을 떠난다. 공장도, 부동산도, 거대한 자본도 없이 떠나온 그의 손에는 세상이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 쥐여 있었다. 훗날 전 세계 10억 명이 사용하는 메신저가 될 '텔레그램'이었다. 당시 파벨 두로프는 러시아에서 가장 성공한 젊은 창업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2006년 형 니콜라이와 함께 러시아 최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VK를 공동 창업하며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라는 별명을 얻었고, 30세가 되기 전에 수억 명이 사용하는 플랫폼을 만든 기업가가 되었다. 그러나 성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러시아 정부가 반정부 시위 관련 정보를 요구하며 정치적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거부하고 결국 자신이 만든 회사를 떠났다. (p158)
2006년 파키스탄의 라호르. 임란 알리 칸(Imran Ali Khan)과 지산 알리 칸(Zeeshan Ali Khan) 형제가 거실에서 노트북을 켰다. 사무실도 없었고 투자자도 없었다. 왕실과의 인맥은 물론, 거창한 사업 계획도 없었다. 그들이 가진 것은 한 가지 문제의식뿐이었다. "왜 집을 사는데 이렇게 불편해야 하는가?" (p171)
오랫동안 세계는 중동 여성을 억압받는 존재로 바라보았다. 검은 아바야 뒤에 가려진 얼굴, 남성 중심 사회, 제한된 사회 활동과 같은 이미지가 지금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중동 사회에는 오랫동안 여성의 역할을 제한해 온 문화와 제도가 존재한다. 얼굴을 자유롭게 드러내지 못하며 남성 중심 사회에서 제한된 권리를 갖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반만 아는 것이다. 지금 걸프에서는 억압된 여성에 대한 오래된 이미지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p207)
1980년대 어느 날, 국제 은행 이사회 회의실에 한 아랍 여성이 들어섰다. 글로벌 금융기관의 의사결정 테이블에서 아랍 여성을 만나는 일이 거의 없던 때였다. 중동의 비즈니스 세계도, 국제 금융권도 남성 중심이던 때였다. 자리에 앉은 사람은 라자 에아사 알 구르그(Raja Easa Al Gurg)다. 훗날 그녀는 HSBC 중동 이사회에 참여한 최초의 아랍 여성으로 기록된다. (p218)
걸프 국부펀드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종종 의아해한다. 축구 구단, 골프 리그, F1, UFC 같은 스포츠 자산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방위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래 산업이고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사우디의 PIF는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인수하고, 아부다비는 맨체스터 시티를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으로 키웠을까? 왜 카타르는 파리 생제르맹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고, 사우디는 LIV 골프를 출범시켰을까? (p241)
걸프에서 사업을 시작한 한국 기업들이 가장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하면 왕실 사람을 만날 수 있나요?", "국부펀드 관계자를 소개받을 수 있을까요?", "영향력 있는 현지 파트너만 있으면 사업이 빨라질까요?"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중동 비즈니스의 핵심을 '누구를 아는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소개를 부탁하고, 유명한 에이전트를 찾고, 정부 고위 관계자와의 만남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는다. 그러나 걸프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해온 사람들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소개를 받을 수는 있지만, 신뢰를 소개받을 수는 없다"이다. 이 한 문장이 걸프 비즈니스의 본질을 가장 잘 설명한다. (p323)
역사는 언제나 새로운 서사를 만드는 사람들의 것이었다. 향신료 무역이 세계를 바꾸던 시대에는 바다를 건넌 상인들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증기기관을 만든 기술자와 공장을 세운 기업가들이 역사의 중심에 섰다. 인터넷이 세상을 연결하기 시작했을 때는 플랫폼을 만든 기업들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다. 새로운 시대는 언제나 새로운 산업을 낳았고, 새로운 산업은 다시 새로운 부를 만들었다. 걸프 역시 지금 그런 전환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p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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