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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 - 동물원부터 생츄어리까지 사람과 동물이 마주 선 십 년의 기록
- 왕민철
- 문예출판사
- 2026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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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31027198 |
|---|---|
| 쪽수 | 312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수필
AI추천 이유

우리는 다르게 만날 수 있을까?
〈동물, 원〉 〈생츄어리〉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
‘동물 삼부작’ 다큐멘터리스트 왕민철 에세이
★★ 김현미, 황미요조, 김정호, 최태규 추천 ★★
서서히 젖어 들고 스며들어
마침내 탄성을 자아내는,
단단하고 시적인 문장으로 포착한
사람과 동물이 빚어낸 풍경들
왕민철 감독은 2019년 개봉한 〈동물, 원〉을 시작으로, 〈생츄어리〉,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으로 이어지는 다큐멘터리 영화 ‘동물 삼부작’을 연출했다. 〈동물, 원〉의 첫 촬영일부터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 첫 상영까지 걸린 시간은 십 년. 십 년간 동물과 사람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온 셈이다.
그의 영화는 동물과 동물권을 소재로 하는 대개의 영화들과 다르다. 즉각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절박함, 간절함에 호소하지 않아서일 테다. 대신 차분한 관찰자의 자리로 관객을 초대한다. 가만히 지켜보게 한다. 왕민철 영화의 마법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멀리 떨어져 관찰하는 동안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은 넓어지고, 사유는 깊어지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동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차분한 호흡과 시선을 거쳐, 우리는 이미 변해 있다. 왕민철의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어떤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근사한 대답이 되어준다.
사람과 동물이 만나는 자리와 시간에 대한 사려 깊은 관찰
그리고 그로부터 솟아나는 사유와 여운의 순간들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 동물원에서 생츄어리까지, 사람과 동물이 마주 선 십 년의 기록』은 ‘동물 삼부작’ 십 년에 대한 또 다른 기록이다. 그러나 세 영화의 후일담이나 제작 과정 및 비화와는 거리가 멀다. 십 년의 세월을 지나온 시점에 쓴 이 글은, 세 영화의 주제와 결을 공유하는 동시에 그 이면에 놓인 또 다른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그러니까, “단단히 연결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결정적일 수도 있는, 세 영화의 바탕이 되었을 이야기”에 관한 기록이자 “십 년에 걸쳐 하나의 주제로 세 편의 다큐멘터리를 찍은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에 관한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영화에 포함된 이야기도 있지만, 영화를 초과해 다른 길을 터주는 이야기도 많다.
인상적인 건 이 책의 문장이다. 왕민철의 문장은 그의 카메라를 닮았다. 확신에 찬 단정, 울분에 찬 주장, 신념이 깃든 호소는 없다. 그의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판단하지 않는 자리에 서 있는 관찰자의 시선을 견지한다. 그런데도 어느새 사람과 동물이 함께하는 사건과 풍경의 한복판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나아가 그곳에서 길어낸 짙은 여운과 깊이 있는 성찰을 매개로 변화를 향한 한 발짝을 조심스레 어디로 내디딜지 차근히 고민하게끔 한다. 바로 여기서 동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즉각적이고 시급한 개입만큼이나 중요한 무언가가 솟아난다. ‘우리’, 즉 사람과 동물은 어떻게 다르게 만나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관계 맺을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의 모색 말이다.
‘동물 삼부작’으로 다섯 개 영화제에서 여덟 개의 상을 휩쓴
왕민철 감독이 들려주는 동물과 사람 이야기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은 총 4부로 구성되었다. 1부 ‘동물원 가는 길’에는 ‘동물 삼부작’을 시작하기까지의 여정이 담겼다. 왕민철 감독의 기억 속 동물과 연계된 파편들의 흔적을 갈무리하고, 어떻게 첫 영화 〈동물, 원〉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어릴 적 몰래 철망을 넘어 동물원을 구경한 일화부터, 동물원에서 일하면서도 자신은 동물원 반대론자라 말하는 김정호 수의사와의 만남, 그리고 동물원의 일상적 풍경 등이 그려진다. 꿈 같은 유년기의 기억에서 출발해 동물원에서 영화를 찍기 시작하기까지의 여정은 토끼 굴에 들어가 환상 여행을 시작한 앨리스 이야기를 거꾸로 뒤집어놓은 듯해, 책의 근사한 서두가 되어준다.
2부 ‘동물원의 안’은 청주동물원에서 만난 여러 동물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작은 더 좋은 환경에 보내려 이송을 계획했으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연달아 발생해 그중 일부가 세상을 떠나고 만 물범 가족 범돌이, 범순이, 초롱이, 반짝이 이야기다. 이는 뒤이어 나오는 동물원의 상징과도 같았던 나이 든 호랑이 박람이, 또 다른 나이 든 동물인 곰 반순이 이야기와 맞물려 동물원에서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은 울림으로 전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인간의 필요 때문에 갇혀 지내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의 보살핌으로 살아가는 동물과 사람의 복잡하게 뒤엉킨 관계성을 살며시 드러낸다. 여기에 무리 생활을 해야 하는데 홀로 남게 된 하이에나 순하 이야기, 동물원에서 한 동물이 사라진 이후 새로운 동물로 대체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뒤따른다. 자연환경보다 열악한 장소에서 살아가는 동물들과 제한된 환경에서도 헌신적으로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동물원이라는 공간이 갖는 복잡한 성격과 관계망을 드러내며, 관람객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넌지시 던진다.
“이 책은 인간이 가두지 않았다면 애초에 필요하지 않았을 동물 돌봄이라는 근본적인 모순을 직시하면서도, 인간이 동물과 맺는 사랑과 연민, 책임과 망설임의 의미를 쉽게 지워버리지 않는다.” -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3부 ‘동물원의 밖’에서는 2부에서의 성찰을 더 넓은 곳으로 확장한다. 동물원의 동물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거주지를 옮겨야 한다. 나아가 야생동물들은 점차 인간에게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있다. 그러나 정주定住의 불안정한 토대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피란민 출신으로 여기저기 터를 옮겨 살며 단 한 번도 ‘이곳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한 감독의 아버지도, 경제 성장기에 고상한 취미가 되어주었으나 금세 골칫거리가 되어 거리로 방사된 유럽 대도시의 앵무새도 비슷한 처지다. 인간이 아파트를 짓고 녹지를 조성하는 데 맞춰 거주지를 옮길 수밖에 없는 청주 미호강의 백로 떼도, 오래된 주공 아파트가 철거되며 흔적도 없이 사라진 단지 내 나무들도 마찬가지다. 동물원에서 관찰하고 깨달은 것들을 더 넓은 영역으로 펼쳐내는 2부의 마지막은 농수로에 갇힌 고라니의 사연으로 종결된다. 사차선 도로의 폭에 높이는 2.5미터에 달하는, 도저히 탈출할 수 없는 거대한 농수로에 갇힌 고라니 중 일부는 인간에 의해 구출되고, 그중 일부는 농수로 안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그 고라니의 사체는 야생동물구조센터의 판단하에 독수리 월동지에 먹이로 제공된다. 동물원에 이어, 인간과 동물의 복잡한 관계성이 더 넓은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마치, 이 복잡한 순환의 한가운데서, 우리의 생각과 행동 하나하나는 조금 더 신중하고 사려 깊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마지막 4부 ‘곰의 몸, 사람의 마음’은 주로 동물을 향해 있던 시선을 인간에게로 돌린다. 주요 장소는 강원도 화천. 화천에는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에서 운영하는 임시 보호시설이 있다. 곰 농장의 곰을 인수한 후 기존 사육곰 농장 시설을 일부 개조해 생츄어리로 운영하는 곳이다. 그곳에는 열세 마리의 곰이 있다. 그러나 사육곰일 때와 달리 그들에게는 모두 이름이 있다. 어푸는 물놀이를 좋아하고, 칠성이는 까칠하고 예민하다. 유일이는 겨울잠을 잘 자고 주영이는 유독 사람에게 공격적이다. 그리고 그들을 돌보는 여성 활동가들이 있다. 그들은 곰을 통해 그 어떤 ‘경제적인’ 것도 생산해내지 않는다. 그저 곰의 삶이 다할 때까지 그들의 곁을 지키며 곰의 평온을 위해 자신의 삶을 쓴다. 누군가에겐 쓸모없는 일로 보일 테고, 누군가에겐 숭고하게 다가갈 그들의 일. 그 일의 일상적 풍경은 그 어떤 화려한 돌봄 예찬보다도 적확하게 돌봄의 현실과 가치를 은은히 드러낸다. 이번에도, 어떤 사람들은 곰을 괴롭히고 고통을 안겨주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쉬이 이해할 수 없는 헌신으로 아프고 방치된 존재를 돌본다. 사람과 동물은 어떻게 다르게 관계 맺을 수 있을지에 관한 묵직한 질문이 또 한번 다른 장소에서 피어오른다.
“왕민철 감독의 영화는 예술에 머물지 않고 현실에서 동물의 삶을 바꾸었다. 이 책도 그러기를 바란다.” - 김정호, 청주동물원 수의사
이 책에 실린 글은 대개 풍경 묘사로 시작한다. 동물원이든, 생츄어리든, 호수나 강 같은 자연환경이든 그곳 전체를 조감하는 듯한 꼼꼼한 풍경 스케치가 시작이다. 그리고 조금씩 초점을 좁혀 구체적 대상에 가까이 다가간다. 멀리서 볼 땐 그저 풍경의 일부로만 여겨져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점차 고유성과 개체성을 획득한다. 이는 그 풍경을 그려내는 작가의 위치와 관련이 있다. 이 책은 고정된 지도를 제작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미처 보이지 않았으나 가까이 가면 보이는 생명과 그들을 둘러싼 복잡한 관계망의 현재적 상태를 그려내기 위해 쓰였다. 남들보다 높은 곳에서 멀찍이 떨어져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 대상에 가장 가까이 머무르되 그들의 일상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대상을 재현하는 윤리적 태도는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일 터다. 책에 선명하고 명징한 주장이 없는데도, 읽고 나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무언가가 계속 진동하는 건 이 때문이다. 마치 영상을 본 듯 머릿속에 부여된 이미지를 통해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유하게끔 하는 것이다. 어느 꼼꼼하고 집요한 관찰자가 목격한 장면들과 그로부터 출발하는 여러 변화의 가능성은 바로 여기서 발아한다.
이 책에는 십 년의 세월 동안 무엇이 어떻게 변해왔는지에 관한 기록도 담겨 있다. 십 년의 시간 동안 그저 인간의 구경거리로써만 동물을 전시하던 동물원은 다치거나 아픈 동물을 돌보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자발적으로 맡았다. 사육곰 관리 법안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불법 번식이 이루어지던 곰 농장의 곰들은 구조되어 동물원, 생츄어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것만 같은 현실 속에서도, 많은 것이 조금씩 변해온 셈이다. 이 책은 그다음 변화를 위한 고민의 밑절미들을 군데군데 내보인다. 우리가 현재 동물과 관계 맺는 방식을 한걸음 떨어져 바라볼 수 있다면, “매일 아침 똥을 치우고 사료를 섞는 반복되는 육체노동” 속에서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발견할 수 있다면, 사람과 동물이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의 내용을 지금과 달리 채워낼 수 있다면……. 우리는 사람과 동물이 서로의 이름과 개성을 기억하며 공존하는 관계의 새 국면을 마침내 열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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